국내 중형 SU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쏘렌토와 싼타페. 싼타페가 쏘렌토에 밀리고 있지만 쏘렌토를 대적할 수 있는 다른 SUV 모델이 시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상황이다. 싼타페가 유일한 대항마인 셈이다. 흡사 축구에서 리오넬 메시의 유일한 대항마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싼타페가 4세대로 접어들어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고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지극히 간단하고 사소한 어필을 무기로.
싼타페는 1세대에서 보여줬던 우람한 풍채를 2세대에서 혹독하게 다이어트했다. 헬스클럽 브로셔에 걸려도 될 것 처럼 빵빵했던 볼륨의 군살을 덜어내더니 3, 4대에 거쳐 성형외과 메인 광고에 등장해도 될듯하게 변신을 거쳤다. 4세대 싼타페는 소형 suv 코나에서 보여줬던 넓찍한 보닛에 찢어진 눈매를 적용하고 캐스캐이딩 그릴은 큼지막하게 박아넣었다. 현대자동차 나름의 시그니처를 이어가는 한편 서서히 헤리티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
4세대 싼타페는 넓고 긴 차체를 강조하듯 벨트라인, 캐릭터라인을 길게 이었고 크롬 가니쉬를 덧붙이며 엣지를 줬다. 처음 4세대를 마주했을땐 생각보다 작아보였는데 옆에서 보면 느낌이 또 다르다. 뿐만 아니라 실내로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더 커보이는 효과도 있다. 얼마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쇼트트랙 곽윤기 선수가 자신의 키를 160cm라고 해야 실제로 봤을 때 ‘실물로 보니 생각보다 크다.’는 말과 비슷하다.
실내구성도 수평형 대쉬보드에 층을 뒀고 돌출형 내비게이션을 배치했다. 디지털 계기판도 시인성이 뛰어난 편이고 주행모드에 따라 색상이 변경된다. 실내에서도 곳곳에 크롬 장식으로 사용해 격식을 차렸다. 도어 트림 위쪽으로 카본룩 플라스틱을 사용한 점도 분위기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헤드룸도 넉넉한 편이라 평균 이상의 앉은 키를 지닌 운전자도 불편함을 느끼긴 어려울 듯하다. 인조가죽 시트에 퀄팅무늬로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고 센터 패널을 비롯한 운전석, 조수석에 컵홀홀더를 배치했다. 수납공간도 적절히 배치하며 거주성과 공간활용 모두 준수하게 이끌어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를 시승하면 자동차의 주행 특성이나 감각을 느끼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흔히 말하는 특징이 없기 때문이다. 칼럼을 쓰시는 분들이나 경력이 오래된 기자분들도 요즘 자동차는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특색을 찾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인지 그런 분들은 현대적인 자동차의 시승을 예전만큼 즐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특색보다 특징과 포지션, 개발 배경 등을 찾곤한다.
싼타페는 주행 특색이 없는 자동차에 완전히 부합한다. 물론 이는 나쁜 의미의 특색 없음이 아니다. 무난하다는 의미다. 딱히 잘난 것 없지만 딱히 모난 것도 없는 그런차다.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경쟁 세그먼트에서 타 모델과 비교해보면 상품성이 뒤떨어지지도 않는다. 중형 suv임에도 넉넉한 적재공간과 부드러운 조향감, 승차감이 특히 그렇다. 조금 더 솔직해져보자면 소비자에게 ‘싼타페’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을 뿐 평균 이상의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
시승했던 모델은 2.0 가솔린 터보로 가속감과 등판력 모두 부족함이 없었다. 디젤 모델만큼 힘을 느끼긴 어렵지만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을 정도다. 또한 부드러운 스티어링 휠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할만하다. 현대가 MDPS가 부르는 ESP도 꾸준한 쓴소리 때문이었는지 R타입으로 바꿨다. 또한 변속기도 기존 6단에서 8단으로 변경됐는데 변속도 상당히 부드럽다. 어정쩡한 기어비로 변속 충격과 토크 부족을 느끼는 일이 없어졌다.
싼타페의 휠베이스는 2,765mm다. 과속방지턱이나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때면 심하게 요동칠 수 있는 수치지만 싼타페의 하체는 이를 온전하게 잡아낸다. 뿐만 아니라 suv 특성상 과도하게 생기는 롤링 역시 수준급으로 잡아낸다. 물론 모든 항목에서 상상 이상의 능력이라고 할 순 없고 기대 이상의 무난함에 가깝다. 하지만 온전하게 온전함을 둘렀다는 것이 싼타페의 장점이다. 더구나 가솔린 모델은 시승한 탓에 조용한 실내와 주행 감성까지 얻을 수 있었다. 디젤 모델이 승차감은 더 좋겠지만 잔진동과 소음 차단만큼은 가솔린 모델이 결코 뒤쳐지지 않으니 만족도를 더 높아질 수 밖에.
비록 주력 모델이 디젤이라곤 하지만 가솔린 모델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을 터. 더구나 연료 방식을 차치하더라도 싼타페 고유의 상품성은 변하지 않는다. 공간성, 실용성, 안정성, 주행감각 모두 끌어올린 싼타페를 보고 있자면 쏘렌토가 긴장할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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