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수입차 중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건 단연코 독일 브랜드다. 특히 고급 세단의 경우 독일 브랜드의 아성을 넘기는 쉽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언저리에 접근하는 것조차 상당한 품질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독일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차가 캐딜락 CT6다. 새로운 네이밍 방식을 적용하며 XTS를 잇는 CT6로 명명됐고 CT+숫자는 세그먼트를 의미한다. CT6의 6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 BMW 7시리즈와 동일 선상에 놓은 모델이다. 이런저런 조건들을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네이밍 방식에 따라 S 클래스, 7시리즈와 비교가 되는 것을 피할 순 없는 노릇이다.
캐딜락은 GM 산하에서도 고급스러움과 개성적인 디자인을 고수해왔다. 풍요와 사치로 표현됐던 1960년대의 캐딜락 모델들을 굳이 끄집어낼 필요는 없지만 그 당시 보여주었던 입 벌어지는 디자인은 여전히 캐딜락을 대변한다. CT6는 굵직하고 길게 뻗어나가는 선을 적용해 캐딜락만의 디자인 색채를 드러냈다. 완만한 곡선과 부드러운 라인을 강조하는 대부분의 디자인 트렌드와 확연하게 다른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트렌드와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CT6가 올드 한 느낌이나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타 브랜드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어필하고 있다. 예컨대 단정한 옷차림과 샤프한 외모의 패션모델이 있다면, 도드라진 인상과 우락부락한 근육질로 어필하는 모델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CT6는 넓은 보닛에 굵직하게 새겨진 직선이 볼륨감을 나타내고 그 끝으로 캐딜락 엠블럼과 같은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헤드라이트는 상대적으로 작고 가냘프게 배치됐지만 세로로 떨어트린 LED 라이트가 캐딜락의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또한 LED 라이트 끝부분이 범퍼 크롬 장식 부분과 마주치면서 입체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반면에 후면부는 다소 밋밋하다. 전면이나 측면처럼 넓다는 느낌은 없고 리어 램프, 엠블럼을 눈에 띄게 배치하면서 답답한 느낌이 강하다. 캐딜락의 상징과 같았던 테일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과감하게 임팩트를 주는 디자인 요소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실내는 가죽 및 플라스틱 소재를 적절히 사용했다. 경쟁 차종들에 비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실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공간이다. 앞 좌석에서부터 뒷좌석까지 넉넉한 공간을 구현했는데 캐딜락이 그동안 다른 브랜드에 비해 좁은 공간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점을 상기해보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플래그십 세단 치고 2% 부족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가격대를 떠올리며 수긍해야 할 요소.
센터패시아 중앙에 자리 잡은 10.2인치 디스플레이는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국내 소비자의 경우 터치감과 반응성, 시인성에 민감한데 CT6는 이를 높은 수준에서 구현해낸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서 느껴지는 답답한 직결감을 떠올려보면 적어도 운전자가 디스 플레이 화면 조작으로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어 보인다. 후방 카메라를 통해 비치는 룸미러 역시 주차할 때 유용하고 화질도 뛰어난 편. 하지만 비상등 버튼이 우측 상단에 전자식으로 배치된 것은 상당히 아쉽다. 운전자의 손에서 멀어질 뿐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의 버튼보다 이질적이기 때문에 유사 상황이 발생 시 운전자 반응이 더딜 수 있기 때문이다.
열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비춰주는 나이트 비전과 스티어링 휠 스포크에 집중된 조작 버튼들도 편리한 운전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엔진 회전수를 나타내는 클러스터와 속도를 나타내는 클러스트의 간격이 약간 넓은 감이 있고 오일 압력 게이지, 연료게이지, 배터리 상태 등을 나타내는 게이지 화면이 많은 것은 개인 성향이 갈릴 수 있다.
6:4 분할 시트인 뒷좌석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 개인 오디오 시스템을 즐길 수 있고, 3단계 열선 및 통풍 기능, 그리고 마사지 기능도 제공한다. 그리고 등받이 각도, 높이, 허리 받침을 포함한 총 8방향 전동 조절 기능이 가능하다.
캐딜락이 CT6를 통해 강조하는 특징 중 하나가 쇼퍼&오너 드리븐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CT6가 아니라도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은 모든 차종에서 가능하지만 얼마나 만족도를 충족시킬지가 관건이다. CT6는 3,600mm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여유롭고 편안한 오너 드라이빙이 가능할 뿐 아니라 V6 엔진을 울리며 호쾌한 쇼퍼 드라이빙도 만족스럽다. CT6의 파워 트레인은 3.6리터 V6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고 최고 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39.4kg.m의 성능을 지녔다.
CT6가 지닌 기계적 성능과 수치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겠지만 스티어링 휠을 꽉 쥐고 달려보면 숫자가 전부가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지난해 캐딜락은 불어오는 다운사이징 열풍에 합류하며 2.0리터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을 내놓았지만 묵직한 주행감성을 느끼기엔 3.6리터 모델이 더 이상적인 듯싶다. 육중한 무게 탓인지 훅 치고 나가는 가속성을 느끼긴 어렵지만 호쾌한 엔진음이 부드럽게 올라가는 속도와 뛰어난 하모니를 이끌어내며 스포티한 감성을 전한다.
CT6의 주행성능이 도드라진 모습을 보이는 곳은 다름 아닌 코너 구간이다. 흔히 미국산 자동차는 코너링이 취약하고 직선 구간에서 강한 면모를 지녔다고 하는데 CT6는 코너 구간 공략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세단 차량보다 차체가 긴 탓에 속도가 붙은 상태로 코너를 공략하면 후면부가 제어를 벗어난 상황을 맞이하곤 하는데 CT6는 코너의 진입과 탈출 시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한다. 간혹 마주치게 되는 불안전한 도로 환경에서도 즉각적으로 자세를 고쳐 잡고 방향성을 유지한다.
반면에 CT6가 고급 세단 시장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될 것은 승차감이다. 다소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운전석과 뒷좌석 모두 딱딱한 느낌이다. 국내 소비자들 성향이 약간은 무르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호하는 점을 생각하면 선택지에서 제외할 제1 요소로 비칠 수 있다. 요철구간이나 과속방지턱 같은 도로를 지날 때는 요동치듯 들썩이는 잔 진동도 미세하게 느껴진다. 노면의 소음이나 진동을 확연하게 전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운전자에 따라 편차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CT6 플래티넘 가격은 9,580만 원으로 타 브랜드의 대형 고급 세단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고급 세단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은 품질 및 성능에 대비 큰 경쟁력 기준이 되지 않는다. 뛰어난 승차감과 정숙성, 거주성 등 운전자와 동승자의 편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세그먼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준급 품질과 성능을 품은 상태라면 저렴한 가격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런 면에서 CT6가 내세운 저렴한 가격 경쟁력은 고급 세단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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