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시트는 말 그대로 시트가 공원에 있는 벤치처럼 긴 것을 말한다. 과거의 자동차에서는 이런 형식의 시트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 방식을 사용하는 차들이 적다. 승차감과 함께 시트의 상체 지지력이 중요해진 것도 있지만 그동안 차체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는 불룩한 형태의 드라이브 샤프트가 이를 방해했던 것도 있다. 앞바퀴를 구동하는 자동차라고 해도 이런 구조를 적용한 것이 많다.
그런데 배터리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드라이브 샤프트 공간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무게 중심을 바로잡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의 배터리 전기차는 차체 바닥에 배터리가 위치한다. 이를 통해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고 드라이브 샤프트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바닥을 가능한 한 평평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에 SUV의 형태를 더하면 실내 공간은 더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번에 2019 상하이모터쇼에 등장한 ‘아우디 AI:ME 콘셉트’ 그리고 올해 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등장한 ‘인피니티 QX 인스피레이션 콘셉트’다. 두 대 모두 바닥이 평평하고 2열에는 거대한 벤치 시트를 갖고 있다. 벤치 시트보다는 소파에 더 가까운 형태인데, 가능한 한 공간을 크게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레그룸과 화물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기본이다.
‘인피니티 QX 인스피레이션 콘셉트’를 디자인 한 카림 하비브(Karim Habib)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벤치 시트 시대의 귀환’ 가능성을 논했다. 그는 특히 콘셉트카의 뒷좌석에 대해서 논하며 “편안하게 앉아서 다리를 꼴 수도 있고 그저 쭉 뻗을 수도 있다. 그만큼 특별한 편안함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아우디 중국의 책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아우디 AI:ME는 도심형 모빌리티가 꼭 작을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고 여기에 온전한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된다면, 앞으로 자동차의 실내는 ‘자동차’의 역할보다는 ‘움직이는 거실’로의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벤치 시트가 돌아온다는 것은 거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과 동시에 그만큼 한정된 차체 내에서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이야기한다. 그만큼 급속하게 바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배터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인간은 극단적인 편의를 추구하게 될 것 같다. 그 시대가 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by 프리랜서 자동차 에디터 -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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