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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메마른 감성을 되살리다. 볼보 XC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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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라인_S 2021. 5. 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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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감성의 시대, 감성의 5월이 찾아왔다. 자연이 피어나는 봄에 사람 감정도 피어오르는 것이 순리. SNS나 온갖 광고에서 감성을 논한다. 분명하지 않은, 정의할 수 없는 감성들의 향연이 말이다. 

지극히 기계적이고, 지극히 차가운 철의 과학 자동차에게도 감성은 중요하다. 자동차에 감성을 더했던 시절은 이미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만큼 오래됐다. 엔진 사운드와 심장 박동의 연계, 과거와 현재 사이 오브제, 시대와 세대에 속해 영위했던 순간 등 자동차와 감성은 의외로 많은 조합을 만들어낸다. 

감성이 메말랐을 때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다르게 보거나 다른 걸 보는 것. 직장 생활과 집구석에서 벗어났을 때 우린 해방감, 색다름을 느낀다. 심지어 갑자기 비가 쏟아져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지 않는가?

사설은 차치하고 메마른 감성을 두드리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색다른 것을 보기 위함이다. 미술과 예술의 오묘함을 말이다. XC 60이 미술과 예술의 오묘함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뛰어난 인재들이 몇 년을 고민하고 다듬어 만들어냈지만 익숙한 존재다. 볼보에서 가장 많이 팔려나간 만큼 많이 봤고 많이 접했으니까.

어디서 감성을 끄집어 올거냐고? 뮤지엄과 카페,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감성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테다. 색다른 길을 간다는 사실만으로 설레기엔 충분하니까.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를 돌며 뮤지엄과 카페를 탐방했다. 굽이진 고갯길을 빠져나가기도 하고, 지평선까지 튀어나갈 듯한 직선 구간, 간간이 비포장 도로까지 만났다. 짜릿한 손맛과 스텝 밟게 만드는 액셀링, 앙칼진 사운드, 간드러진 무게 이동, 그런 건 없다. XC60한테 그런 걸 기대했다면 그게 나쁜 놈일 테다. 

XC 60의 매력은 차분함에 있다. 그저 적당한 움직임과 적당한 반응으로 무난한 듯 무심하게 달려나갈 뿐이다. 아무리 가속 페달을 밟아도 리미트가 걸려있어 180km/h 이상 달릴 수도 없다. 차가운 듯 온화한 익스테리어, 단정한 느낌의 인테리어는 차분함에 안정감을 더해준다. 

안정감이 찾아들면 사람은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스티어링 휠에 손가락도 튕긴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허밍으로 비트를 탄다. 디자인 요소와 주행 밸런스가 감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그리고 여기에 숨겨진 볼보 감성이 자리하고 있다. 

볼보는 리어 서스펜션에 리프 스프링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비아냥을 들었다. 고급 브랜드로 탈바꿈하는데 리프 스프링을 쓴다며 어처구니 없어하는 반응들로 말이다. 사실 모두가 알다시피 서스펜션은 세팅이 많은 걸 좌우한다. 기능적 구조와 역할은 한계가 조금 더 높을 경우에 드러나는 편이다.

볼보는 첨단 소재, 독립식 리프 스프링으로 승차감을 확보한 것인데 덕분에 무게 감소와 공간 확보를 얻었다. 트렁크를 더 쓰게 만들었단 얘기다. 물론 우리는 완성차로 만나기 때문에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어쨌거나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는 균등한 승차감을 만들어 엉덩이를 편안하게 해 준다. 온로드든 오프로드든 승차감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스웨덴 태생인 점이 이런 노하우를 만들었는데 스웨덴은 툭하면 눈이 내리고 주요 도심지를 제외하면 제설이 제때 이뤄지기 힘들다. 눈길을 달려야 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눈길과 좀 다르다. 공기밥 꽉꽉 누르듯 눌러진 눈길이 아니라 울퉁불퉁, 눈과 흙의 콜라보 향연이다. 도심지라 해도 트랩 길과 찻길이 만나면서 불규칙 노면은 즐비하다. 그러다 보니 특성에 맞춘 승차감을 확보하게 됐고 글로벌 역량으로 발전하며 균등한 성능을 갖추게 된 것. 주행 환경을 넘어서 운전자에게 일정한 안정감을 준다. 그렇게되면 운전자는 이 차와 함께 더 많은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리도 함께하는 사람까지도 말이다. 경험에 의한 감성의 공유, 참 볼보답다. 

나긋한 엉덩이로 강원도 일대를 달리는 맛이란... 심지어 엔진도 나긋나긋하게 골골댄다. 기분 좋은 나긋함이다. 턱 쓰다듬으면 골골거리는 고양이 같달까? 파릇한 산길과 청명한 도로가를 누비며 뮤지엄에 도착한다. 주차 후에 슬쩍 바라보는 XC 60,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하차감은 아니지만 뿌듯함이 있다. 예술은 멀고도 어렵다고 하는데 뮤지엄 주차장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에서 올라오는 뿌듯함 같은 것 말이다. 

테라스에 앉아 수다떨며 일광욕 즐기는 카페에서도, 회색빛 차가운 갤러리에서도, 나무와 풀이 무성한 사찰 미술관에서도 XC 60은 잘 어울린다. 마치 레고의 한 부품처럼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조화를 이룬다. 융화된 듯, 독립된 듯 아주 오묘한 조화를.

일상에서 감상을, 감상을 감성으로 돌아세울 때 필요했던 건 특별한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경험과 기억을 함께 공유할 매개체였을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보면 그곳에 서 있는 바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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