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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일상을 모험으로, 지프 글래디에이터

자동차/FOCUS

by 바이라인_S 2021. 7. 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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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곳을 지나다 비포장길을 만나면 막연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긴다. 무작정 차를 이끌고 들이밀고 싶은 충동이 온몸을 감싼다. 비포장길이 다다른 곳에 무엇이 있을지, 길이 있긴 있는 건지 모르기에 충동은 더 크게 다가온다. 무지에 대한 호기심은 때론 공포를 주지만 때론 용기와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곤 한다. 

경기도의 이름 모를 한 야산, 무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길이 닿았다. 평소라면 망상으로 끝났을 때테다. 하지만 내 망상을 이끌고 있는 녀석이 오프로드 검투사 지프 글래디에이터다. 용기와 투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공차중량 2305.0Kg의 육중한 풍체를 이끌고 야산에 진입한다. 시작은 가뿐하다. 별다른 방해 없이 산길을 거슬러 오른다. 풍성한 나뭇잎이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 대지를 가리는 지역에 들어섰을 때쯤 첫 번째 방해물을 만난다. 폭우의 영향인지 움푹 파인 바닥과 나뭇가지들, 자잘한 돌멩이가 진로를 방해한다. 

구동방식을 4륜으로 바꾸고 과감히 가속 페달을 밟았다. 요동치는 엉덩이로 노면의 분노가 느껴진다. 간간히 동력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돌맹이들이 튕겨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앞이 훤히 내다보이지만 솟구쳐 오른 땅과 나무에 가린 또랑길이 긴장감을 높인다. 

한껏 성난 노면을 짓밟고 통과할때면 '쿵'하는 충격과 요동치는 나뭇가지가 창문을 휘갈긴다. 그럴 때면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때린다. 

글래디에이터의 휠베이스는 3,490mm, 생각보다 높이 솟구친 지반을 통과할때면 불안감이 스며든다. 바닥이 닿지 않을까? 뒤꽁무니가 쓸리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말이다. 살짝살짝 지반에 똥배가 닿을 때면 문지방에 발가락이 부딪힌 듯 짜릿하다. 

첫 번째 방해물을 지나쳐 상대적으로 만만한 지역에 다다른다. 그러나 대자연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산꼭대기에서 흐르는 지하순지, 빗길이 흘러내려오는 것인지 땅바닥이 물기로 흥건하다. 자잘하게 깔려있던 돌멩이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 발길 닿지 않는 고운 흙이 물기를 먹고 진흙밭이 됐다. 

바짓가랑이 붙잡듯 진흙밭이 글래디에이터에게 질척거린다. 때때로 육중한 풍체가 미끌거리기도 한다. 진흙밭을 지날 때 걱정되는 건 따로 있다. 차가 멈추거나 바퀴가 빠지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다.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평해 보이는 곳도 물기로 인해 밟는 순간 푹 꺼지고 깎여나간 길목으로 휘청거리는 것, 그로 인해 확인차 차에서 내리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 진흙밭에 새하얀 신발을 푹푹 담갔다가 다시 차에 올라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물기 먹은 진흙밭의 최대 난관, 내리막길을 마주쳤다. 조금은 아찔하다. 기어를 Low로 변경하고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무게 탓일까? 미끄러진다. 살짝살짝 가속 페달을 밟아가며 스티어링 휠을 움직인다. 마치 드리프트라도 하듯, 빙판길을 기어다듯 방향을 잃곤 한다. 그나마 길이 넓어서 다행이다. 길마저 좁았다면 벼랑으로 곤두박질쳤을 테다. 

자연을 벗어나 문명의 이기로 다져진 도로에 오른다. 여전히 세포는 대자연의 아드레날린으로 꿈틀거린다. BF 굿리치 타이어가 전해오는 진동과 소음 때문이다. 

야산에서 느꼈던 회전반경에 대한 불안감은 잘 닥여진 도로에서 안정감으로 바뀐다. 나쁘지 않은 승차감과 직진 안정성이 확보됐다. 

길이 5,600mm, 너비 1,936mm, 높이 1,850mm의 차체 사이즈는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로 위를 누빌 때마다 웅장함과 스타일리시함을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를 세울 때면 지나가던 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들여다본다. 가격이 얼만지, 차는 어떤지 물어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짧게 말해준다.

"주차가 번거로운거 빼면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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