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학교 수업 시간에 한 교수님이 그런 말을 했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미적인 기준이 높으면서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춰야 제품을 선택한다.”라고 말이다. 조그만 필기구부터 시작해 가전제품, 나아가 자동차까지 모두 같은 조건으로 소비자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깐깐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좋게 포장하면 섬세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싱글족과 엄마, 아빠까지 찾고 있는 차종이 SUV다. 르노삼성은 SUV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특별한 선택지를 넣었다. QM6 라인업에 가솔린, 디젤, LPG의 연료별 선택지를 내밀은 것.
내가 선택한 건 당연히 가솔린, 한때 디젤 SUV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가솔린 특유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은 쉽게 놓기 힘들다. 디젤 SUV가 득세를 이루던 상황에서 다시 가솔린 SUV에 불을 넣은 것도 QM6였다는 사실.
QM6는 부분변경을 통해 스타일을 가다듬었는데 라디에이터 그릴을 메시 타입으로 바꾸고 크롬 바를 덧대며 고급감을 끌어올렸다. 밑쪽으로 네임 플레이트를 집어넣은 것도 소소한 스타일의 변화다. 헤드 램프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변화를 줬으며 리어램프는 턴 시그널 램프를 적용했다. 실내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룸미러가 프레임리스로 바뀌고 289mm의 2열 레그룸 확보, 최대 32˚까지 조절되는 등받이 각도, 2열 열선 등 철저히 실용성에 초점을 둔 모습이다.
파워 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에 CVT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 144마력과 최대토크 20.4kg.m 성능을 낸다. 수치상으론 부족해 보이지만 기본적인 성능 세팅이 효율성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QM6를 타고 다이내믹 주행하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엔진 회전수를 천천히 끌어올려놓고 주행해보면 그건 또 나름 충분한 성능을 발휘한다. 부드럽게 밀고 나가면서 밸런스도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지만. CVT 특유의 늘어지는 가속감이 살짝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효율에 초점을 둔 탓이다.
느긋한 주행감각은 엔진 회전 질감, 적절히 타협점을 이룬 승차감과 함께 QM6의 가치를 빚어낸다.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사람도 느긋하게 차를 다룰 수 있고 소음이나 진동 등 스트레스 요소도 줄어 피로 누적을 막는다. 딱딱하지도 물렁하지도 않은 하체 세팅은 엉덩이를 적당히 받쳐주므로 장거리 운행도 부담이 없다.
QM6를 타고 다니며 인상 깊었던 것이 정숙성인데, 요즘 나오는 차들은 대부분 실내 정숙성이 엇비슷하다. 중속 이상에서 하부 소음이나 풍절음이 스며들며 실내 공명 현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정도 차이가 있다.
SUV는 그 특성상 트렁크를 타고 넘어오는 소음을 무시하지 못한다. QM6는 트렁크에서 넘어오는 소음 차단이 상당히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중, 고속 중 옆 사람이나 뒷좌석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전혀 방해받지 않았으며 소리가 울리는 일도 없다. 충격 소음을 걸러내는 모습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낸다. 고르지 못한 노면, 과속 방지턱, 포트 홀 등을 지나칠 때 충격으로 발생하는 소음 차단도 피로 누적 원인인데 QM6는 충격 소음을 적절히 방어한다. 충격 소음이 꽤 클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자잘한 소음을 가볍게 밀쳐내는 느낌.
모두가 알다시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현대/기아가 주도한다. 매달 판매량 집계를 보면 독식하고 있다. 그런데 SUV 중에서 현대/기아의 판매량 순위 싸움을 비집고 들어간 모델이 QM6다. 더구나 SUV는 현대/기아가 힘을 많이 쏟는 카테고리다. 그런 곳에서 QM6가 비집고 들어갔다는 것은 경쟁력과 상품성을 입증한 셈이다.
가솔린과 디젤, LPG의 라인업도 한몫했을 테지만 스타일을 놓칠 수 없는 소비자 취향, 적절한 성능과 기능, 2,474만 원~3,324만 원이라는 가격대로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입맛을 저격한 것.
폭스바겐 티구안처럼 전천후 멀티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라는 소비자, 적당한 가격대에서 다른 모델 대비 뒤처지지 않는 실용성을 찾는 소비자, 그리고 예쁜 게 좋은 소비자라면 QM6에게 지갑을 여는 게 어렵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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