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른 아침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 자동차가 모여들었다. ‘카즈앤커피(CARS & COFFEE)’ 모임 참석을 위해서다. 카즈앤커피는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젊은이들의 소박한 모임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4명의 젊은 친구들이 도넛 가게에 모여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자동차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점차 커진 것.
오늘날에 이르러선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카즈앤커피 모임이 열린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도 마찬가지. 통상적으로 카즈앤커피는 주말 오전에 시작해 오전내에 끝난다고 한다. 모임 장소 주변 주민이나 상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미국 문화에 기인한 탓도 있다.
국내에서도 카즈앤커피 모임이 열리는데 벌써 38회째를 맞이했다. 아직 국내에선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동호회나 지인들을 통해 참가자들이 찾아오곤 한다. 카즈앤커피에 참가하는 마니아들의 대부분은 자동차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 덕분에 평소에 보기 힘든 자동차가 나란히 맵시를 뽑낸다. 자동차가 줄지어 맵시를 뽑내고 있으면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의 자동차를 소개하는 사람도 뿌듯하다.
페라리나 포르쉐 등 남자들이 한번쯤 꿈꿨던 드림카와 카마로, 머스탱 같은 아메리칸 스포츠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마니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보내는 자동차는 올드카다. 모터쇼나 전시장에서 볼 수 없는 희귀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드카는 차주의 추억이나 해당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추억,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특징 등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수입, 국산차를 막론하고 올드카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면 어르신에게 공경을 표하듯 환호성과 박수로 맞이한다. 이번 38회 카즈앤커피에서 가장 공경(?)을 받으며 들어온 자동차는 페라리도 포르쉐도 아닌 대우자동차의 기함, 로얄 살롱이었다. 그것도 로얄 최상위 트림 슈퍼 살롱. 심지어 지역번호가 들어간 녹색 번호판이다.
또 다른 추억의 국산 모델 티코도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했다. 손수 도어 손잡이를 잡고 돌려야 하는 창문과 손가락의 섬세함이 필요한 사이드 미러 조정 레버, 심플하기 그지 없는 인테리어 구성까지 과거 모습 그대로였다. 과거로의 회귀라면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메르세데스 벤츠 W140 S600(전기형)이다. 어린 시절 아빠자동차에서 봤던 것 같은 모과 바구니, 레이스가 달린 각휴지, 남몰래 훔쳐보던 썬데이 서울이 디테일하게 자리했다.
주차장 한쪽에선 카마로와 머스탱이 구역을 점령했다. 머스탱 컨버터블 두 대가 지붕을 열고 일요일 아침을 맞이할 때 ‘머스탱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카마로는 강렬한 빨강과 노랑을 비추며 심미적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그리고 우퍼를 장착한 크라이슬러 300이 뒤를 받쳤다. 진정 아메리카 대륙을 건넌 주한미군의 자동차다. 이번 카즈앤커피는 주한미군 차주들도 참석했는데 M3, 크라이슬러 300, 란에보 등 개성 강한 취향을 보였다. 4개월된 웰시코기와 함께 온 란에보 차주는 사람들의 모든 관심을 웰시코기에게 빼았겼다. 마리오 복장으로 나타난 주한미군도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가장 큼직한 사이즈의 자동타는 토요타 FJ 크루저였다. FJ 크루저 두 대는 다른 자동차와 차주들 배려차원(?)에서 멀찍이 세워뒀다. 터프한 주행으로 나타난 닛산 스카이라인 GT-R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M쿠페, 푸조 206 RC도 보기힘든 놈인 탓에 감사한 사진 모델이 됐다.
자동차들 사이에선 벼룩시장이 열려 관심을 모았고 일부 차주들은 보물찾기하듯 자동차 잡지와 카달로그를 손에 쥐었다. 틈틈이 차주들은 오손도손 모여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라면을 먹는 등 소소하고 건전한 모임을 만들어갔다. 시간가는줄 모르며 자동차를 즐기다 9시쯤 하나, 둘 빠져나갔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휴식을 위해, 시간에 맞춰 교회로 가는 이들이다. 주차장을 들어올때는 기대감에 가득찬 얼굴이 주차장을 빠져나갈때는 만족감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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