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형 마트의 주차장 안, 인상을 찌푸리며 고성이 오갔다. 여성 우선 주차공간에 남성 운전자가 주차를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모여 소리를 높였다. 갈등이 고조되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경비원 중재로 일단락 됐지만 주차장이 있는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여성 전용 아니고 여성 우선입니다.
2009년 5월, 서울시는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를 신설하고 여성 우선 주차공간 제도를 만들었다. 관리조례에 따른 여성 우선 주차공간 설치기준을 보면 주차대수 30대 이상인 노상, 노외, 부설 주차장에는 총 주차 대 수의 10%를 여성 우선 주차구획으로 설치한다고 되어있다. 확장형 주차 구획을 설치하는 주차장의 경우, 여성 우선 주차 구획의 50% 이상을 확장형으로 하도록 했다.
서울시의 여성 우선 주차공간 제도 신설 이후 각 지자체는 물론이고 공원, 백화점, 대형 마트 등 곳곳에 여성우선 주차공간이 마련됐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여성 전용’이 아닌 ‘여성 우선’이라는 점이다. 즉, 여성을 배려하는 자발적 문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다. 남성이 해당 주차공간에 주차를 한다고 해도 별다른 조치가 가해지지 않는다.
목적은 범죄예방 차원이다.
여성 우선 주차공간의 설치기준에서는 사각이 없는 밝은 위치, 주차장 출입구 또는 주차관리원과 근접해 접근성과 이동성, 안전성이 확보되는 장소, CCTV 감시가 용이하고 통행이 빈번한 위치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설치 기준으로만 본다면 단순히 여성 운전자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만든 것이 아니라 범죄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여성 우선 주차공간은 사실 독일에서 먼저 시행됐다.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환경에서도 범죄에 대한 위험도 인식, 안전성에 차이를 느낀다는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시행됐다. 독일 역시 설치기준은 개방된 공간, 시설입구, 경비원 및 CCTV 감시 용이한 곳, 비상벨 등 안전 확보를 목적에 두고 있다.
차장은 주요 범죄장소 중 하나다.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주차장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는 약 370여 건이었으며 실제 서울 강남 백화점에서 일어났던 납치사건과 포항 대형 마트 납치사건은 모두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또한, CCTV 사각지대, 어둡고 외진 공간이 있는 주차장에서 일어난 범죄였다.
차별의 논란
여성 우선 주차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만만치 않다. 범죄에 노출되는 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마찬가지라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청 통계자료를 확인해보면 2015년 강력범죄와 절도, 폭력 범죄에서남성 피해자는 약 87만명, 여성 피해자 47만명으로 범죄대상이 여성에게 한정됐다고 보기엔 분명 무리가있다.
여성 우선 주차공간을 일반 주차공간 보다 넓게 구획하고 색상을 핑크로 지정했다는 것은 차별적 처사라는 소리도 흘러 나온다. 은연 중에 여성은 주차를 하지 못한다는 암시를 주고 특정 프레임을 걸었다는 논리다. 미국 NBC 뉴스에서는 한국의 여성 우선 주차공간이 성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방송을 한 적이 있고 CBS, ABC 등에서도 여성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내용을 방송했다.
중국에서는 다롄가에 위치한 한 쇼핑몰의 여성 우선 주차공간이 화제가 됐다. 쇼핑몰 관계자는 쉽게 주차를 하지 못하는 여성 고객이 많아 설치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를 두고 성차별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논란의 대다수 의견 역시 여성 존중이 아닌 여성을 모욕하는 행위라는 것이 주를 이뤘다. 여성 우선 주차공간의 목적과 이유는 확실하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의 경우 일반차량이 주차를 하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 법률적으로 보호, 강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 우선 주차공간은 권고사항이라 처벌규정이 없다. 목적과 이유가 무의미 해질 수밖에 없다. 관련 규정 및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
‘여성’으로 명시된 부분도 재정립이 필요하다. 분명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주차에 있어 여성을 약자로 구분하거나 도움을 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차량에서 오르내리기 힘들고 주차공간이 더 필요한 임산부 혹은 영유아를 동반한 남성 운전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논란이 가중되는 ‘여성 우선 주차’ 개념보다는 한시적 약자, 도움이 필요한 특정 대상을 지정해 주차공간을 내어주는 형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불필요한 배려에서 오는 불편함과 사회적 평등이란 취지를 만족 시킬 수 있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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